수행자의 마음가짐
수행자는 마음가짐이 발라야 한다. 수행은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거나, 그 어떤 황홀한 체험을 통해서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존경받는 도인이 되기 위함도 아니요, 훌륭한 수행지도자가 되기 위한 것 역시 아니다. 수행은 자신의 오염된 마음을 정화시키는 일이며, 그 궁극의 목적은 괴로움의 근원적 소멸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존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래의 지침들은 모든 수행자들이 갖추어야 할 수행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1. 수행자는 계율이 청정해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고 돌보며, 주지 않는 물건은 절대 갖지 않으며, 남의 가정을 깨뜨리는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는 결코 안 되며, 사나운 말 거짓말을 삼가해야 하며,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술이나 약품을 탐닉해서도 안 된다. 즉 바른 언어, 바른 행동, 바른 생계로서 도덕적 삶을 유지해야 한다. 말하고 행동할 때 그 행위의 결과가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자신에게도 이로운 것인지를 항상 살펴보아야 한다.
2. 수행자는 매사에 정직해야 한다. 자신의 결점을 미화하거나, 숨기거나,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자신의 결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양심의 기준을 스스로 바꾸어서도 안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남에게는 관대할지언정 자신을 향한 양심의 잣대는 엄격해야 한다.
3. 가족과 이웃에게는 겸손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그들에게 항상 베푸는 보시공덕행을 쌓아야 한다. 자애로운 마음과 보시하는 마음은 수행자의 마음을 밝고 편안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자애와 보시 공덕에 의해 마음수행의 바탕이 되는 선정력이 생겨난다.
4. 수행자의 삶은 단조로워야 한다. 산란의 원인이 되는 TV시청, 영화감상, 컴퓨터 작업, 독서, 글쓰기 등은 가급적 줄이고, 대화도 꼭 필요할 때만 해야 한다. 정신적 자극이 강한 접촉과 행위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사교적인 모임이나 행사참석 또한 가능한 줄이는 것이 좋다.
5.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이나 과식은 삼가하고, 음식을 수용함에 있어서 너무 까다롭지 말아야 한다. 단식을 하거나 수행을 위해 남들보다 특별한 음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6. 수면은 하루의 피로가 회복될 정도의 적당한 양을 취하되, 성인의 경우 가능하면 개인에 맞는 수면시간을 4~6 이내에서 조절해보는 것이 좋다. 무리한 철야정진은 수행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7. 수행 중에는 지나친 노동이나 과격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모든 행동은 가능한 천천히 여유있게 알아차림과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좌선이나 행선 중에 수행이 잘 되든 안 되든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행동하는 것이 좋다.
9. 수행 중에는 아무 것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좋았던 수행경험이나 수행의 높은 단계, 혹은 특별한 체험에 대한 기대는 수행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수행의 진전이나 통찰체험은 기대하거나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조건이 갖추어지면 스스로 찾아온다.
8. 수행 중에 그 어떤 좋은 감각현상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여 즐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들을 단지 대상으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지혜의 푸른 싹이 의식의 대지 위에 돋아날 것이다.
10. 그 어떤 불쾌한 감각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수용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것들은 거부당할 때 돋아나는 지혜의 싹을 온통 짓밟아 놓을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결코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다.
11. 수시로 몸과 마음에 대한 긴장을 점검하여 이완시켜 주어야 한다.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났을 때 혹은 노력이 넘쳤을 때 몸은 경직되고 마음은 긴장한다. 자연스러움과 의도는 그 성향이 정반대다. 어떠한 의도도 없이 자연스러울 때 진리의 본성이 드러난다.
12. 자만해서도 안 되지만, 자신을 학대해서도 안 된다. 수행이 잘된다고 자만하게 되면 게으른 마음이 생겨나 정진력이 떨어지고, 수행을 잘 못한다고 자신을 나무라게 되면 퇴굴심이 생겨나 수행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13. 오직 이 수행을 통해서만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완전한 평화인 닙바나(열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금생에 반드시 도과를 성취해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광대한 원력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