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明. avijjaa) 에 대하여
무명(無明)을 원인으로 행(行)이 일어납니다.
무명은 어리석음(moha)으로 인해 사물의 본성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명의 원인(無明의 原因. avijjaapaccaya)은 무명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무명이라고 말합니다.
원인이라고 말하는 빳짜야(paccaya)는 원인, 조건, 동기, 연(緣) 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런 원인을 의지해서 결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빳짜야는 의지한다, 버리지 않는다, 생기기도 하고 끊임없이 생겨서 머문다, 영향을 미친다, 은혜를 미친다 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와 같은 무명을 조건짓는 원인은 다음 8가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첫째는 네 가지가 있는데 사성제 고, 집, 멸, 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고(苦)는 괴로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집(集)은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멸(滅)은 괴로움이 소멸하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도(道)는 괴로움을 소멸할 수 있는 길인 팔정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출생 이전의 과거 생을 모르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로, 죽음 이후의 미래 생을 모르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로, 과거와 미래를 같이 모르는 것입니다.
여덟 번째로, 12연기들의 바른 성품을 모르는 것입니다. 12연기를 모르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모르고 원인과 결과로 인한 과보를 모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조건지어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지어진 현상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며 현재는 다시 현재의 원인이 되고 다음으로 미래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을 모르는 것이 무명입니다.
이상의 8가지를 모르는 것을 무명이라고 합니다.
12연기의 첫 번째가 무명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윤회는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일어나는 원인을 두 가지로 설명하셨습니다.
첫째는 “그 이전에 무명이 없었고, 그 이후에 무명이 생겼다”고 말하므로 무명의 원인이 무명임을 말씀하셨습니다.
둘째는 “그 이전에는 존재에 대한 갈애가 없었지만 그 이후에 존재에 대한 갈애가 생겼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번뇌가 생겼기 때문에 무명이 일어난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12연기의 원인은 무명과 갈애라는 것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명의 뜻은 얻어서는 안 될 것을 얻는 것을 말하며, 얻어야 할 것을 얻지 않는 것을 무명이라고 합니다. 갖지 말아야 할 것을 가지려는 것과 가져야 할 것을 갖지 않는 것이 바로 무명입니다.
무더기[蘊]의 모임이라는 것의 뜻을 알지 못하고,
입처(入處)의 자리라는 것의 뜻을 알지 못하고,
요소[界]의 비어있다는 것의 뜻을 알지 못하고,
기능[根]의 다스린다는 것의 뜻을 알지 못하고,
진리[諦]의 여여하다는 것의 뜻을 알지 못하므로 무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행자가 알아야 하는 것은
오온(五蘊)인 색, 수, 상, 행, 식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육입처(六入處)인 안, 이, 비, 설, 신, 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18계(十八界)인 육근(안, 이, 비, 설, 신, 의)이 육경(색, 성, 향, 미, 촉, 법)에 부딪쳐서 육식(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을 하는 것을 알아야 하고,
오근(五根)인 믿음, 노력, 알아차림, 집중, 지혜를 알아야 하고,
사정제(四聖諦)인 고, 집, 멸, 도를 아는 것이 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입니다.
무명을 무지라고도 하는데 무지는 맹목적인 것입니다. 무명은 모른다는 것으로 지식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지혜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맹목적인 것으로 대상의 실재를 알 수가 없어서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알지 못하면 대상의 고유한 본성을 꿰뚫어 볼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행위와 반대가 되며 그래서 이것이 악행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무명의 계층은 다양합니다. 지혜가 많고 적고 하는 차이에 따라 무명의 정도도 다양합니다. 근본법(paramatthadhamma)을 알고, 신, 구, 의 3업을 알고, 삼법인을 알고, 12연기를 알아 원인과 결과의 과보를 알고, 4성제를 아는 것이 무명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으로 아는 것과 수행을 통해서 지혜로 아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수행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바로 무명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입니다.
잠부카다까가 사리불 존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경전이 있습니다.
“무명, 무명이라고 말씀하시니 사리불 도반이시여, 무명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잠부카다까 도반이시여, 고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집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멸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도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 이것을 일러 무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반이시여, 무명을 제거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고귀한 팔정도, 이것이 무명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무지의 특성(rasa)은 모르는 것입니다. 아는 지혜의 반대가 되어서 그릇되게 아는 특성이 있습니다. 무지는 매우 어리석은 것입니다. 대상의 바른 뜻을 덮는 성질이라고 지혜로 드러납니다. 무지는 번뇌의 소용돌이와 가까운 원인이 있습니다.